성범죄의 위험은 우리 일상 곳곳에서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음침한 주택가 골목이나 늦은 밤의 공용화장실, 낡은 술집의 비좁고 습기 찬 공간 등에서도 그러합니다. 하지만 성범죄 발생 장소가 오직 이런 인적 드문 어둠이 내린 곳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반대로 사람으로 붐비는 지하철이나 버스 내부, 활기찬 공연장, 심지어 함성이 메아리치는 시위 현장에서도 성범죄는 발생할 여지가 있습니다. 실제로 성추행은 이와 같은 장소에서 더욱 자주 발생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강제추행 vs 공중밀집장소추행
법률에서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통해 해당 유형의 성추행을 '공중밀집장소추행죄'로 별도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아래는 그 내용입니다.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1조(공중 밀집 장소에서의 추행)는 다음과 같습니다. 대중교통수단, 공연·집회 장소, 또는 공중이 밀집하는 기타 장소에서 타인을 추행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혹은 3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예리한 분들이라면 궁금증을 제기할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특례법이라면 형법에 기재된 성추행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요?' 맞습니다. 공중 밀집 장소에서의 추행죄는 성폭력에 속하는 범죄이지만, 그 성립 조건과 처벌 수위는 성폭력 특례법에 따라 형법에 있는 강제추행과는 약간 다른 방식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잠시 형법에 기재된 강제추행죄를 살펴보겠습니다.
형법 제298조(강제추행)는 이렇게 기술되어 있습니다. 폭력이나 협박을 사용하여 다른 사람을 추행한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할 수 있습니다.
공중밀집장소추행죄는 형법에서 요구하는 '폭력 또는 협박의 존재'를 필요로 하지 않으며, 형법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경미한 처벌을 받게 됩니다. 또한, 피해자가 직접 고소를 제기하지 않아도 제3자의 신고만으로도 수사를 개시하고 검사의 기소가 가능한 비친고죄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공중밀집장소추행 조금 더 자세히
공중밀집장소추행죄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대중교통'에 대해 언급하면, 이는 여러분이 흔히 알고 계신 지하철, 버스, KTX, 그리고 비행기까지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여기서 '공중'이라는 용어는, 많은 사람들의 집단이나 대다수가 아니라 '일반 시민'을 지칭합니다.
이 법의 핵심이 되는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에 관한 부분에서 의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공중이 밀집한' 상태와 '공중이 밀집하는' 상태 사이의 구별이 가능한지 여부입니다. 전자는 사람으로 가득 찬 장소만을 가리키는 반면, 후자는 반드시 가득 차 있지 않아도 될 수 있는 잠재적으로 밀집할 수 있는 공간을 나타냅니다.
이 미묘한 차이가 매우 중요한데, 콘서트나 집회 장소, 대중교통 수단 등에서 사람들이 반드시 가득 차 있지 않아도 이 법이 적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실제 판례에서 볼 수 있듯이 찜질방 같이 일반인의 접근이 자유로운 장소에서도 이 법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피의 사실이 있다면 초기 대응이 중요
어떤 면에서는 꽤 널리 적용될 수 있는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모든 '다수가 모이는' 장소에서 해당 범죄가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지하철에서의 성추행이나 목욕탕에서의 성추행 같은 경우, 반드시 이 법이 적용되리라 예상되지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대신, 일반 형법에 명시된 강제추행이나 준강제추행이 적용될 수 있으며, 이러한 경우 처벌 수준이 특례법과는 다릅니다. 특히, 뜻밖의 추행의 경우 최근에는 강제추행으로 분류되는 경향이 있어, 다중이 모인 곳에서 성추행 사건이 발생할 경우 상황에 따라 강제추행죄로 판단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당연히 그 경우에는 더 엄중한 처벌이 이뤄질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주의하셔야 합니다. 다중이 모인 장소에서 성추행했다는 오해를 받는 경우, 실수로 특례법이 아닌 일반 형법에 따라 '강제추행죄'가 성립될 위험이 있습니다.
따라서 여러분이 만약 다중이 모인 곳에서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받게 된다면, 억울하다고 혼자서 이의를 제기하기보다는 조사 초기 단계에서 바로 성범죄 사건을 담당하는 형사법 전문 변호사와 상담을 진행하셔야 합니다. 초기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경우 특례법이 아니라 일반 형법에 따라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법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자발찌 부착, 성범죄자는 무조건 부착 대상? (0) | 2024.03.17 |
---|---|
교통사고 사망사건에서 민형사 합의가 중요한 이유 (0) | 2024.03.13 |
전화 통화 때 말한 욕설이 모욕죄가 될까? (0) | 2024.03.06 |
마약 단순 운반도 처벌 받을까? (0) | 2024.03.03 |
공무집행방행죄, 기소유예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0) | 2024.02.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