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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톤앤매너 쉽게 잡는 방법

by 잡학박씨 2021.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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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Women Want"

 

남성우월주위에 빠진 그리고 광고회사에서 잘 나가던 주인공. 그런 그에게 출세가도에 제동이 걸립니다. 그의 상사로 여성이 들어온 뒤부터. 그녀는 그에게 여성 용품에 대한 기획안을 요구하죠.

 

하지만 ‘남성 성‘만을 강조하며 살아왔던 그에게 쉽지 않은 일. 그러다 헤어 드라이어기를 만지는데 감전됩니다. 뻔하지만 초능력이 생깁니다. 여자의 속마음을 모두 들을 수 있게 되는 능력. 그는 여자의 마음을 점점 이해하게 됩니다. 나중에는 여자의 마음도 이해하는 광고 기획자, 그리고 남성우월주위에 대한 생각을 버리는, 그런 내용의 영화입니다. 

 

 

재밌게 본 영화입니다. 너무나도 공감됐죠. 특히 그가 여자의 마음을 알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과정은 당시의 내 이야기와도 같았습니다. 브랜딩, 마케팅에서 '톤 앤 매너'는 그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기업의 대표 목소리이기 때문입니다. 다양합니다. 30대 젊은 지식인의 모습, 4050세대 푸근한 엄마의 모습. 20대 초반 활발한 여성까지.

 

문제는 마케터가 한 명. 결국 그들의 목소리를 한 명이 모두 낼 줄 알아야 합니다. 고객사별로 변신해야 하고요. 옷을 갈아입는 수준이 아닙니다.

 

그 누군가로 완전히 바뀌어야 합니다. 

 

사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누군가가 된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영화 속 주인공이 부러웠습니다. 조금 아프더라도 상대방의 생각을 읽을 수만 있다면. 특히나 20대 초반 여성의 톤 앤 매너인 프로젝트에서는 더욱 그랬습니다.

 

 

 

20대 활발한 여성으로 부탁드려요.

모두가 알 만한 유명 이탈리안 레스토랑이었습니다. 지금까지는 진지하고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던 고객사. 변화를 꾀하고 싶어했습니다. 활발하고 발랄한 20대 여성의 느낌으로. 맞습니다.

 

소셜미디어에서 자주 보이는 말투. '시선 강탈', '어머, 이건 꼭 사야 돼' 좋게 말하면 활발, 나쁘게 말하면 낯부끄러운. 쉽지 않았습니다. 평소 쓰지 않는 말투였죠. 아니 한 번도 해 본 적 없었습니다. 개인 SNS 채널도 그 누구보다 딱딱하게 글 쓰던 나인데. 상남자를 언제나 꿈꾸는 나인데.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첫 번째 콘텐츠 제작 날.

스스로 최면을 걸었습니다. '나는 발랄하고 깜찍한 20대 여자' 끔찍한 내가 깜찍해 지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기획이야 늘상 하던 것이니까. 문제는 텍스트였죠. 1줄의 카피 작성까지 2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마저도 퇴짜. "좀만 더 발랄하게 써야 할 것 같아요" 어떤 문장을 써도 내 옷 같지가 않았습니다. 어쭙잖은 '척'을 하고 있어서 그런 것일까요.

 

지금까지 법률, 경영 컨설팅 고객사를 도맡아 일을 했던 것도 한몫했습니다. 언제나 다소 딱딱한 문체만 주로 썼으니 한 번에 바꾸기는 쉽지 않을 듯했습니다.  

 

최면으로는 부족했습니다. 치밀하게 20대 여자의 말투, 행동을 모방하고 내 것으로 만들어야 했습니다. 영화 속 주인공처럼 감전이라도 돼 여자의 속마음을 들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으련만. 영화는 영화니까. 어쩌겠습니까, 노력해야지요.

 

 

 

나를, 내려놓자

변해야 했습니다. 먼저 20대 초반 여자들이 많이 이용한다는 커뮤니티부터 가입했습니다. 놀랐어요. 온갖 줄임말과 신조어들, 처음보는 표현법까지. JMT를 아시나요? 존맛탱의 약자입니다. 심지어 존맛탱은 'X나 맛있다'의 줄임말과 '탱'이라는 그들만의 부사를 합친 말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JMT에는 신조어 문법이 총 2번이나 들어가 있는 것이죠. 알고 있는 게 더 신기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그들에게 ‘맛있다’는 밋밋하고 심심한 표현이죠. 'JMT' 정도는 써줘야 정말 맛있는 것이지. 세종대왕님께 죄송했습니다. 마케터로서 그들의 공감과 눈길을 얻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습니다. 새로운 단어들을 그렇게 배웠습니다.

 

단어를 익혔으면 실제로 적용해야합니다. 자유자재, 능수능란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외국어를 처음 배우는 마음으로 임했습니다. 자칫 '아재'가 젊은 척하는 것처럼 보이면 안 되니까요. 흔히 '인싸'(친구가 많고 활발한 사람)라 불리는 여동생들을 자주 만났습니다. 현지인들과 대화해야 언어는 금방 는다고 했습니다. 효과는 좋았어요. 귀부터 트이더니 어느새 대화도 가능했습니다.

 

신조어를 쓰다 보니 재밌었습니다. 평소에도 친구들을 만나면 가끔 사용할 정도로. 그들은 굉장히 놀라했습니다. 달라진 그리고 생김새와 어울리지 않는 나의 말투 덕에. 일 때문에 그런 것이라 둘러댔습니다.

 

하지만 이미 그 언어의 '맛'을 알아버렸죠. 쓰지 않으면 입이 근질근질했습니다. 이제 목표한 바를 이룬 듯했습니다. 이젠 최면도 필요 없습니다. '20대 초반 여성의 톤 앤 매너'를 억지로 쥐어짜 만들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클라이언트와의 물아일체, 어느 정도 성공한 것 같습니다. 이제 실전입니다. 어깨에 힘을 풀고, 편하게. 한 줄씩 써 내려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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