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은 피의자에 대한 형량을 정할 때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에 따라 감경이나 가중을 고려하여 형을 선고합니다. 감경 요인은 많지만 그중 하나가 '진지한 반성'입니다. 형사사건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거나 피해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진지한 반성'의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반성문입니다.
'진지한 반성'을 담은 서면 반성문
피고인의 진지한 반성문은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살펴보면, 2019년 전체 성범죄 피고인의 약 71%, 살인 피고인의 약 56%, 강도 피고인의 약 70%가 '진지한 반성'으로 인해 감형을 받았습니다. 진심 어린 반성을 담은 글이 실제 처벌 감경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속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피고인이 여러 차례 반성문을 제출한 뒤 감형을 받는 사건이 계속되면서 피고인이 반성문을 작성해 제출하는 것이 당연한 의무회 처럼 됐습니다. 이 결과만 보아도 재판에 제출된 사과문이 형량을 줄이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거짓 '진지한 반성'
반성문은 진심으로 반성하며 작성한다고 하는데 모든 피의자나 피고인이 정말 진정성을 담아 반성문을 작성할까요? 감형을 받기 위해서는 거짓 반성을 하고 이를 이용한다는 사회적 비판과 지적도 있습니다.
그리고 감형을 받기 위해 반성문을 대필하는 서비스도 있다고 합니다. 일부 업체에서는 5~15만원의 수수료를 내고 반나절 안에 A4용지 3~4페이지 분량의 반성문을 의뢰인에게 제공한다고 설명합니다. 게다가 법원이 대필 반성문인지 알지 못하도록 의뢰인의 상황에 맞춰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반성문을 쓴다고 광고까지 하고 있습니다.
진정성 있는 반성?
허위 반성 사례가 늘어나면서 대법원은 성실한 반성을 인정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건을 마련했습니다.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피해를 회복한 구체적인 경위, 재범을 피하기 위해 자발적인 노력을 했는지 등을 통해 피고인이 심각한 의도가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하고자 합니다. 하지만 이 조건조차 너무 모호해 진위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일례로 여성폭력 가해자가 여성단체에 거액을 기부하고 영수증을 법원에 제출해 소송에서 유리한 결과를 얻은 사례도 있습니다. 해당 단체는 기부 목적을 확인한 뒤 전액을 돌려줬다고 밝혔지만 이를 악용하는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 입니다.
이처럼 피고인들이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했음을 입증하려는 행위가 결국 자신에게 유리한 결과를 얻는 방식으로 축소되는 부작용이 흔히 발생합니다.
피해자 중심의 양형 기준
반성문이 감형 수단이 되는 부작용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진지한 반성은 감형 요소에서 궁극적으로 배제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피고인이 판사에게 사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사과는 판사가 아닌 피해자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 합리적인 논리입니다.
또한, '반성'과 '용서'는 행위를 의미하기보다는 행위의 주체가 궁극적으로 느껴야 하는 개념으로 행위의 주체인 피해자가 동의해야만 성립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피고인들이 제출한 반성문을 보면 반성문의 내용이 불분명한 경우가 많습니다. 피해자에게 저지른 범죄보다 재판 결과 받게 될 처벌 때문에 자신이 겪게 될 불이익을 반성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재판에 따라서는 피고인의 반성을 적절하게 처리할 수도 있지만 다른 경우에는 단순히 형량을 줄이는 수단에 불과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반성문은 피고인의 진심이 판사에게 전달될 수 있는 몇 안 되는 통로 중 하나이기 때문에 반성문 자체를 감경요인으로 배제하는 것은 부적절할 수 있습니다.
다만, 국민의 법적 정서에 따라 합리적 판단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피해자 중심의 재판과 객관적인 양형을 위한 노력은 계속해서 개선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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