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환자인데 공진단 먹어도 되나요?

한약에 대한 편견 가운데 하나는 '고혈압 환자는 한약을 먹으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한약의 주요 재료인 녹용이나 인삼이 혈압 상승과 관련이 있다는 편견이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는 말 그대로 ‘편견’으로, 녹용이나 인삼 등이 혈압을 상승시킨다는 결정적인 근거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황제의 보약이라고 불리는 한방의 명약, '공진단'은 어떨까요? 혹시 '여러 가지 한방 재료를 섞어 만드니 공진단이야말로 고혈압 환자는 복용하면 안 된다'라고  생각하고 있진 않으신가요? 공진단의 성분과 효능을 살펴보면서 정말로 그러한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공진단의 재료: 사향, 녹용, 당귀, 산수유

공진단이 혈압에 문제를 일으키는지 여부를 알아보려면, 재료와 혈압 간의 상관관계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만약 공진단의 재료에 혈압을 상승시키는 약재가 있다면 혈압 상승은 불가피하겠죠. 그러나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공진단의 재료 중 혈압을 상승시키는 약재는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공진단의 주요 재료는 사향(또는 침향이나 목향)을 비롯해 녹용, 당귀, 산수유 등입니다. 먼저, 가장 결정적인 주재료라 할 수 있는 사향이나 침향, 목향의 경우 혈압 상승과는 큰 연관이 없습니다. 

 

오히려 이 약재들은 전신의 기운을 보강할 뿐더러 막힌 기혈을 뚫어서 혈액순환을 촉진시키기 때문에 혈압 하강에 도움을 주기도 하죠. 

 

가장 걱정되는 약재인 녹용의 경우, 단순히 몸에 열을 넣어주는 것뿐만 아니라 약이 온몸에 스며들게 해주며, 오장육부의 기능을 강화하고 원기를 살립니다. 흔한 편견과는 달리, 녹용 역시 혈압을 상승시켜주는 약재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당귀나 산수유 역시 혈압 상승과는 별로 관련이 없는데요. 당귀는 산수유는 혈을 보강하기 때문에 체력과 면역력을 상승시켜주고 간 기능을 개선해 줍니다. 다만 당귀는 뇌경색 등의 후유증으로 '와파린(혈액 응고 약제)'을 복용하는 환자 분에게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출혈 관련 부작용 약을 복용하는 분들은 공진단을 복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한 가지 더, '인삼은 고혈압 환자에게 나쁘다'는 편견에 대해서도 말씀드릴까 합니다. 인삼은 뜨거운 성질을 갖고 있고 열을 내는 약재라는 말이 있습니다만, 『동의보감』에서도 인삼에 대해서 '성질이 약간 따뜻하다'고만 적혀 있을 뿐 특별히 혈압을 높여 준다는 근거는 적혀 있지 않습니다. 몸에 열이 많이 나는 분만 조심해서 섭취하면 될 일이죠.

 

이처럼 공진단은 혈압 상승과는 그다지 관련이 없는 한약임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고혈압 환자인데 공진단 먹어도 되나요?'라는 질문의 답은 "YES"인 것이죠. 단, 혈압약으로도 혈압 관리가 잘 되지 않는 중증 고혈압 환자의 경우에는 공진단을 비롯한 한방약의 섭취를 제한하는 것이 좋습니다. 어떤 부작용이 생길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몸에 기를 불어넣는 공진단의 효능

그렇다면 어떤 환자가 공진단을 먹으면 효과를 볼 수 있을까요? 대표적인 환자는 '기혈양허(氣血兩虛; 기와 혈이 허해진 것)' 환자입니다.

 

극심한 피로감과 두통, 수면장애, 어지럼증 등이 느껴지는 것인데, 주로 긴 수험생활을 한 분이나 평소 과로에 시달리신 분, 나이가 들어 몸이 노쇠해진 분 등이 경험하실 수 있습니다. 주로 만성피로증후군 증상과 매우 유사하며, 흔히 ‘몸이 쇠약해졌다’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공진단은 이러한 분들에게 최상의 효과를 제공합니다. 『동의보감』에서도 공진단에 대해 '본래 체질이 허약한 사람이나 기와 혈이 허한 사람에게 기를 보강하는 효과가 있다'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공진단은 몸의 기 순환을 원활하게 하고 면역력을 길러주며 정신을 맑게 해줍니다. 그래서 공진단은 '황제의 명약'이라 불리며 한때는 고위 관리들 사이에서 뇌물로 사용될 정도였습니다. 그러므로 원인을 알 수 없는 만성피로나 극심한 두통, 어지럼증 등으로 고생하는 분들이라면 공진단을 복용해 보시는 게 좋습니다.

 

다만 최근 공진단이 대중화되면서 '가짜' 제품들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시중에 유통되는 공진단 중에는 가짜도 많으며 이러한 가짜 제품은 부작용을 낳기도 하니 각별히 주의하셔서 제품을 구입하시길 바랍니다. 특히, 공진단에 사용된 재료들이 식약청의 심의를 거쳤는지, 올바른 공정과정을 거쳤는지 반드시 확인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