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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미수범 정의와 공소시효는 어떻게 될까?

by 잡학박씨 2024. 6. 27.

몇년 전, 신림동에서 발생한 소위 '신림동 원룸 강간 미수 사건'을 기억하시나요? 결론적으로 법원은 강간미수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주거 침입죄로 처벌을 결정했습니다.

 

그렇다면, 강간 '미수'는 정확히 어떤 의미일까요? 해당 용의자가 강간죄를 저지르지 않았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간미수 혐의가 적용된 것은, 용의자가 강간을 시도했으나 실제로 범죄를 완수하지는 못했다는 의미입니다.

 

 

미수범

일반적으로 형법상 범죄가 처벌될 수 있으려면, 각 범죄에 대해 법적으로 정의된 필수 요소들을 충족해야 합니다. 이를 '죄형법정주의'라고 합니다. 법적 요소들을 충족하지 못했다면 법적으로 처벌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실제 범죄 사건을 살펴보면, 범죄 진행 과정에는 여러 단계가 존재합니다.

범죄를 저지르기로 결심하고 준비하는 초기 단계, 즉 예비 단계가 있습니다. 이어 범죄 실행을 위해 실제 행동에 옮기며, 최종적으로 결과가 나타나면 범죄가 완성됩니다.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실행에 착수했거나, 범죄를 예비하는 단계에서 처벌이 가능할지 의문이 생깁니다.

단순히 범죄를 저지르고자 하는 의도만으로는 처벌할 수 없습니다. 이는 법적인 문제가 아니라 도덕과 양심의 영역입니다. 예비 단계에서는 대체로 외부에 드러나는 행동이 없기 때문에 처벌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내란죄와 같이 특별히 예외적인 범죄의 경우에는 예비 행위도 처벌 대상입니다.

예비 단계를 넘어 실제 범행을 위한 행동에 착수했다면, 이는 미수범으로 처벌할 수 있습니다. 모든 범죄가 미수범으로 처벌되는 것은 아니며, 법조문에 따라 미수범도 처벌한다고 명시되어 있는 경우에만 처벌이 가능합니다. 미수범은 범죄 실행에 착수했으나, 행위가 완료되지 않은 상황을 말합니다.

 

 

미수범 종류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미수범의 종류에는 다양한 유형이 존재합니다. 형법에서는 제25조부터 제29조까지 미수범에 관한 규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형법에서는 미수범을 주로 장애미수, 불능미수, 중지미수로 구분하며, 각 유형에 따라 법적인 효과도 다릅니다. 따라서 미수범이라고 해도 어느 유형에 속하는지는 법적 판단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장애미수

가장 흔한 미수 유형 중 하나는 장애미수입니다. 이 용어에서 알 수 있듯, 장애미수는 범인이 범죄 결과의 발생을 원했으나, 범인의 의도와는 달리 결과가 발생하지 않은 미수범을 말합니다. 형법 제25조 제1항에 따르면, 범죄 실행에 착수하여 행위를 완료하지 못하였거나 결과가 발생하지 않은 경우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습니다.

장애미수의 경우, 범인이 결과 발생을 목표로 했다는 점이 인정되지만 실제로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수범에 비해 처벌을 경감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형법은 장애미수에 대해 형을 감경할 수 있는 임의적 감면 사유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형의 감경이 가능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불능미수

장애미수의 특정 유형 중 하나는 실행 수단이나 대상의 착오로 인해 결과 발생이 불가능한 경우를 포함합니다. 이와 구분되는 불능미수는 그 성질상 처음부터 결과의 발생이 불가능한 상황에 해당합니다. 형법 제27조에 따르면, 불능미수범은 위험성이 인정될 때에만 처벌되며, 이 역시 임의적 감면 사유에 해당합니다.

불능미수에서는 행위의 위험성 여부가 주요 쟁점이 됩니다. 한국의 법 판례는 행위 당시 행위자가 인식한 사실을 기준으로, 그 사실이 실제로 존재했다면 결과 발생의 위험성이 있었던 경우에 불능미수를 인정합니다. 예를 들어, 설탕이 든 용기를 독약이라고 오인하고 사용했다면 불능미수에 해당하지만, 토마토를 대량 섭취하면 사람이 죽는다고 잘못 알고 토마토를 먹였다면 불능미수범에는 해당하지 않습니다.

 

 

중지미수

미수범의 유형 중 하나는 범죄의 실행에 착수했으나 결과가 발생하기 전에 스스로 행위를 중단하거나 결과 발생을 방지한 경우입니다. 이를 '중지미수'라고 하며, 이는 형법상 필요적 감면사유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중지미수범은 기수범에 비해 형이 반드시 감경됩니다.

중지미수가 필요적 감면사유로 규정된 이유는 중지미수가 범인이 스스로 결과 발생을 막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에 그 특징이 있으며, 또한 중지미수를 필요적 감면사유로 명시하지 않으면 범행의 중단을 장려하기 어렵다는 형사정책적 고려가 배경에 있습니다. 이러한 규정은 범죄를 방지하고자 하는 법의 취지를 반영한 것으로, 법 집행의 유연성을 제공하며 범인에게 자신의 행위를 되돌아볼 기회를 제공합니다.

 

 

미수범 공소시효

미수범에도 원칙적으로 공소시효가 적용되지만, 공소시효의 시작점은 범죄가 종료된 시점으로 간주됩니다. 미수범의 경우, 범죄 행위가 완료되지 않았거나 결과가 발생하지 않아 더 이상 범죄의 진행이 불가능한 때를 범죄의 종료 시점으로 보고, 이 시점부터 공소시효가 시작된다고 법원은 판단합니다.

형사소송법 제249조 제1항에 따르면,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의 공소시효는 25년,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는 15년, 10년 이상의 장기 징역 또는 금고는 10년, 10년 미만의 장기 징역 또는 금고는 7년, 5년 미만의 장기 징역 또는 금고, 10년 이상의 자격정지 또는 벌금은 5년, 5년 이상의 자격정지는 3년, 그리고 5년 미만의 자격정지, 구류, 과료 또는 몰수에 해당하는 범죄는 1년으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중대 범죄에 대해서는 형사소송법이나 특례법에 의해 공소시효가 적용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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