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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불법주차 사고, 가만히 있었는데 왜 내 책임일까? 과실 인정의 기준

by 잡학박씨 2025. 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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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 공간이 부족한 도심이나 주택가 골목에서 불법주차 차량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많은 운전자들은 '잠깐 세워뒀을 뿐인데’라는 생각을 갖고 있지만, 실제 사고로 이어졌을 경우 불법주차 차량에도 과실이 인정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도로교통법상 정차나 주차는 통행을 방해하지 않는 장소에 한해 허용되며, 횡단보도, 교차로, 골목길 모퉁이, 인도, 소화전 주변 등은 절대 주차가 금지된 공간입니다.

 

이러한 장소에 불법주차된 차량이 있던 중, 통행 차량이 이를 피하려다 사고가 발생했다면 과연 운전자만의 책임일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불법주차 차량에도 사고 원인 제공자로서 일정 부분 과실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판례에서 본 불법주차 차량의 과실 비율

법원은 사고의 구체적인 경위를 따져 과실 비율을 산정합니다. 운전자가 불법주차된 차량을 발견하고도 과속을 하거나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경우, 운전자에게 더 큰 과실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불법주차 차량이 사고 지점에 있어 정상적인 통행에 큰 지장을 초래했거나, 운전자가 이를 피할 수 없는 구조였다면 불법주차 차량에도 상당한 과실이 할당되는 판결이 나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예컨대 주택가 골목길에서 불법주차 차량 사이로 보행자가 튀어나와 이를 피하려던 차량이 사고를 낸 경우, 불법주차 차량이 ‘시야를 방해한 원인 제공자’로 판단되어 20~40% 정도의 과실이 인정된 사례도 존재합니다. 특히 야간이나 이면도로, 골목길 등 시야 확보가 어려운 구간에서 사고가 발생한 경우 불법주차 차량의 책임이 더 높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보험처리 시 어떻게 적용되나

실제 사고가 발생하면 피해 차량의 보험사가 먼저 손해를 보전해 주고, 이후 불법주차 차량 소유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식으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피해자의 입장에서 신속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지만, 가해 차량 입장에서는 보험사로부터 구상청구 소송을 당할 수도 있는 구조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또한 불법주차 차량이 자차보험에 가입돼 있다 하더라도, 명백한 도로교통법 위반이 있는 경우 보험금 지급에 제한이 생기거나, 일부 보상만 이루어지는 예외도 존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고 후에는 단순히 “내 차는 멈춰 있었을 뿐”이라는 주장만으로 모든 책임을 면할 수 있다고 단정해선 안 되며, 사고 현장 상황과 CCTV 등 물증 확보가 매우 중요합니다.

 

 

 

사고 예방을 위한 기본 상식과 주의사항

무단으로 갓길이나 보도에 주차한 차량, 특히 야간이나 곡선 구간에 주차한 차량은 그 자체로 ‘사고 유발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차량 운전자라면 잠시라도 “어차피 나만 조심하면 된다”는 생각을 내려놓고, 다른 차량의 통행·시야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 항상 고려해야 합니다.

 

특히 좁은 골목길에서는 반드시 노란선이나 주차금지 표지판 여부를 확인하고, 해당 위치가 소방도로로 지정돼 있는지 여부도 체크해야 합니다. 간혹 소방도로 표시가 없어도 실제 행정상 소방차 통행로로 등록된 도로일 수 있으므로, 안전한 주차장을 찾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반대로, 운전자가 좁은 공간을 통과할 때는 주변 차량의 주차 위치, 주변 보행자, 도로 구조를 면밀히 살펴 감속 운전을 해야 하며, 갑작스러운 장애물 출현 가능성에 대비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흔히 “나는 주차돼 있었을 뿐인데 왜 내 잘못이냐”고 반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주차돼 있더라도 위치가 잘못되었다면 사고 책임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습니다. 법은 차량의 물리적 움직임 여부보다는 사고 발생의 ‘원인 제공’ 여부를 기준으로 과실을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불법주차로 인한 사고는 운전자뿐만 아니라 주차한 차량에도 일정 책임이 돌아갈 수 있으며, 실제 보험처리나 민사책임에서도 불법주차 차량이 일정 비율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을 꼭 인지해 두시기 바랍니다.

 

가장 확실한 예방책은 ‘불법주차를 하지 않는 것’이며, 나 하나쯤이야 하는 안일한 인식이 결국 사고와 책임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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